[도시탐험, 토토 가입머니이야기] 도시개발의 걸림돌, 공동토토 가입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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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탐험, 토토 가입머니이야기] 도시개발의 걸림돌, 공동토토 가입머니
  • 강대호 칼럼니스트
  • 승인 2025.05.18 09: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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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토 가입머니

[글·사진=강대호 칼럼니스트]분당 서현동에 분묘 연고자를 찾는다는 플래카드가 붙었다. 분당 시범단지와 서현동 먹자골목 사이에 있는 농경지와 구릉 지역이 그곳이다. 이 일대에 있는 11기의 토토 가입머니들은 공고 기간에 후손이 신고하지 않으면 무연고 분묘로 간주해 한국토지주택공사가 개장한 후 일정 기간 유골을 안치할 예정이다. 이 일대는 공공주택지구로 지정되어 택지개발이 예정된 구역이다.

무연고 분묘를 개장한다는 건 택지토토 가입머니의 시작을 알리는 신호이기도 하다. 누군가와 협의할 수 있는 연고 분묘는 조건만 맞으면 큰 문제 없지만 협의할 대상이 없는 무연고 분묘는 <장사 등에 관한 법률에 따라 법적으로 처리된다.

도시 팽창으로 밀려나는 공동토토 가입머니

예로부터 우리나라의 토토 가입머니는 풍수의 영향에 따라 주로 산이나 들에 있었다. 조선시대에는 법으로 매장이 금지된 금장(禁葬) 지역이 있었는데 한양도성 안과 성저십리(城底十里, 도성 밖 약 4km 지역)가 대표적이었다. 그래서 왕릉도 경기도 파주나 구리 혹은 한강 이남 등 성저십리에서 벗어난 지역에 조성했다.

토토 가입머니
성남시 분당구 서현동의 분묘 연고자 신고 안내 플래카드. 공공주택지구로 지정된 이 지역에 있는 무연고 분묘를 처리하기 위한 절차 중 하나다.

이 시대의 명문가나 부유층들은 그들이 소유한 땅에 가문 묘소인 선산(先山)을 모셨다. 선산을 소유할 수 없는 평민들은 마을 주변 공산(公山)에 집단으로 매장했다. 이런 공산을 북망산(北邙山)이라 부르기도 했다.

북망산은 무덤이 많은 곳을 뜻한다. 원래는 중국의 어느 산 이름이지만 그곳에 무덤이 많아 이 같은 의미를 지니게 되었다고 한다. 이러한 선산과 북망산은 죽은 자들을 위한 공간임과 동시에 가문이나 마을 토토 가입머니체가 토토 가입머니의 가치와 규범을 형성하는 장소였다.

이렇듯 가문이나 마을이 관리해 오던 토토 가입머니를 일제는 화장과 매장에 관한 법률을 만들어 정해진 장소에 신고하고 시신을 매장하도록 했다. 이는 죽은 자도 관리하고 도시의 토토 가입머니 증가를 막으려는 억제책이기도 했지만, 토지 수탈을 위해 공지를 확보하려는 사전 작업이기도 했다고 학자들은 해석한다.

경성을 예로 들면, 1930년에 미아리에, 1933년에 망우리에 경성부립 공동토토 가입머니가 들어서게 되었다. 그것도 모자라 1939년에는 한강 남쪽의 경기도 광주군 언주면에 경성부립 공동토토 가입머니를 신설했는데 지금의 강남구 개포동 일대다.

토토 가입머니
강남구 일원동의 밀양 박씨 문중 묘. 과거 언주 시립 공동토토 가입머니가 있었던 영역의 바로 옆 구역에 자리하고 있다.

광복 후 서울이 팽창하며 미아리와 개포동에 있었던 공동토토 가입머니는 각각 1958년과 1970년에 다른 곳으로 옮겨졌다. 이 과정에서 대규모 분묘 개장 사업이 벌어졌다. 그런데 연고자가 있는 묘소들은 협의할 수 있는 대상이라도 있지만 무연고 묘소들은 협의할 후손이 없어서 문제였다.

그래서 법적으로 해결했다. 공고 후 특정 기간 안에 연고자가 나오지 않으면 무연고 분묘로 간주해 국가나 기관이 나서 개장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 당시 기사 등을 참고하면 미아리에서 언주 공동토토 가입머니, 즉 개포동으로 이장한 분묘는 1만 9천 기 정도인데, 이 중 1만 6천여 기가 무연고 묘소였다고 한다.

개포동의 공동토토 가입머니는 강남 개발을 위해 1970년에 다시 파주 용미리 등으로 이장되었는데 이때도 무연고 분묘 처리가 문제였다. 그래서 <토토 가입머니 및 매장 등에 관한 법률을 개정해 무연고 분묘 개장을 쉽게 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

당시 신문에 게재된 개포동 인근 공동토토 가입머니를 대상으로 한 ‘분묘 개장 공고’를 보면 지금의 무연고 분묘 처리와의 차이점을 알 수 있다. 분묘 관리인 신고 기간을 ‘1970년 6월 25일부터 7월 10일’까지 지정했고, 이장 기간을 ‘1970년 6월 25일부터 7월 24일’까지로 지정했다. 개장 공고가 난 날짜는 1970년 6월 25일이었다.

즉 연고자는 공고 후 보름 안에 신고해야 했고, 이장은 한 달 안에 마쳐야 했다. 공고도 신고 기간과 이장 기간 첫날에 발표했다. 당시 분묘 개장 작업에 개포동과 독구리, 즉 지금의 도곡동 일대의 농민들이 동원되었다는 증언을 독구리 경로당의 어르신들에게 들었는데 그 몇 달 후 추석에 찾아온 유족들이 꽤 있었다는 후일담을 들을 수 있었다.

오늘날 분묘 개장은 관련 법률에 근거해 기본적으로 3개월 이상의 공고 기간을 둔다. 그리고 개장 후 화장한 유골은 특정 장소에서 5년 이상 안치해야 한다.

1975년 미아리 일대 항공사진. 파란 네모 안은 백호주택. 백호주택은 미아리 공동토토 가입머니가 있던 자리에 정부에서 분양한 동일한 규격의 주택으로 100호의 주택이라는 의미였다. 사진제공=서울역사박물관

죽은 자의 공간에서 산 자의 공간으로

공동토토 가입머니가 떠난 미아리와 개포동에는 주택가와 아파트 단지가 들어섰다. 특히 미아리 공동토토 가입머니가 있던 자리에는 동일한 규격의 단독주택이 늘어났는데 백호주택이라 불렀다. 정부에서 분양한 100호의 주택이라는 의미였다. 오늘날 성북구 길음동의 미아초등학교 남쪽 주택가에서는 백호주택이 들어섰던 필지 모습 그대로 연립주택이 들어선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이처럼 공동토토 가입머니가 택지로 변한 사례는 전국 곳곳에서 발견된다. 은평뉴타운으로 개발된 은평구 진관동도 그런 지역인데 공사 당시 5천 여기의 분묘를 개장했다고 한다. 이 지역은 과거 경기도 고양군 진관내리와 진관외리에 속한 지역으로 조선시대에 한양 사람들이 묘를 많이 쓰는 지역 중 하나였다. 즉 개장한 5천 여기의 분묘는 거의 조선시대의 것이었다.ㆍ

은평뉴타운 토토 가입머니 당시 이들 무덤은 법에서 규정한 발굴 조사를 진행했고 이때 발굴된 유구와 유물을 ‘은평 역사 한옥 박물관’에 전시하고 있다. 그런데 토토 가입머니 주체들이 후손과 연이 닿지 않는 평민의 무덤들을 공사의 장애물 정도로 취급하기도 했다는 증언을 관련 자료에서 접할 수도 있다.

그러고 보면 도시개발 과정에서 토토 가입머니를 처리하는 과정을 보면 뭔가 장애물을 치워버린다는 느낌을 준다. 죽은 자의 공간은 후손들에게는 의미 있을지 모르겠지만 타인에게는 미관을 해치는 기피 시설일 뿐인 것 같다. 먼저 자리를 잡고 있다 하더라도 쫓겨나는 걸 보면 그렇다.

‘은평 역사 한옥 박물관’의 석물들. 은평뉴타운 공사 당시 5천 여기의 조선시대 분묘를 개장했는데 이때 발굴된 유구와 유물 등이 박물관에 전시되어 있다.

분당에 그런 과거가 있다. 불곡산 자락에 성남 시립 공동토토 가입머니가 있었다. 분당이 신도시로 개발되기 전부터 있었지만, 길 건너에 대규모 아파트 단지가 들어서고 바로 옆으로 학교와 병원이 들어서자, 문제가 되었다.

아파트 주민들은 길 건너로 보이는 공동토토 가입머니가 미관을 해친다며 불평했고, 학생들은 야간 자율학습을 무서워했고, 병원 환자는 창밖 보기를 싫어했다고 한다.

결국 성남 시립 공동토토 가입머니의 묘소들은 2000년대 들어서 야탑 인근으로 이장했다. 과거 성남 시립 공동토토 가입머니였던 공간은 그 후로 등산로 입구와 공원 등으로 이용됐다. 그랬던 공간이 다시 변하고 있다. 그 자리에 시립 도서관 공사가 진행되었고 6월에 개관할 예정이다.

토토 가입머니는 예로부터 공동체의 가치를 공유하는 공간이었지만 도시에서는 기피 시설로 취급되고 있다. 그래서 밀려나고 있다. 죽은 자를 위했던 공간은 산 자를 위한 공간이 되어가고 있다.

1999년 9월 18일 한겨레 신문에 실린 성남 시립 공동토토 가입머니 사진. 건너편에 아파트 단지가 있고 바로 옆에 병원과 학교가 있다. 사진=한겨레. 네이버뉴스라이브러리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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